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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크로아티아 여행의 추억을 꺼내먹어요
작성자 박*미 작성일 17-09-26 22:4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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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쓸쓸하거나 지칠때 자신만의 위로법이 있는데 저는 달달한 초콜릿을 한입 물고 행복했던 기억을 하나 둘 꺼내보는 습관이 있거든요.

그때 들었던 노래나 누군가 했던 말이나 내 마음에 담았던 여러 피사체들을 떠올리면 팍팍한 현실이 새로운 색깔로 물들면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지죠.

제겐 이번 크로아티아 여행이 힘들때 꺼내먹는 초콜릿이 되어 주었네요.

아끼고 아꼈다가 꺼내보려고 했던건데 많은 분들이 이런 추억을 가슴에 담으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여행 후기를 적어봅니다.

 

여행일정은 블레드-> 피란-> 모토분-> 라스토케-> 플리트비체-> 스플리트-> 두브로브닉 이었구요.

다 좋았는데 그 중에서도 특별히 더 감동적이었던 장소 몇군데만 남깁니다.

 

제일 좋았던 장소는 피란이었어요. 왜 좋았냐고 물으면 말문이 딱 막히는데.. 아마 제가 갔던 그날의 그 바다 때문일거에요.

숙소였던 피란호텔 앞으로 2~3미터만 나가면 바로 바다로 이어지는데,

파도의 일렁임도 거의 없는 투명한 바닷물과 어떤 섬이나 배한척도 없이 끝도 알수 없는 지평선만 보이는 바다의 모습에 넋이 나가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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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태어나서 이런 바다는 처음 봤거든요. 텅빈것 같아보이는 그곳이 오히려 나를 가득채워주는 느낌이 좋았어요.

그렇게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던게 5분 10분 남짓이었는데 그 분위기에 압도당해서 여행내내 기억이 나더라구요.

또 피란이 좋았던건 숙소때문이기도 해요. 호텔에 들어섰을때 시공간을 거술러 1900년대 어느 유럽의 건물에 온것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미드나잇 인 파리라는 영화를 보면 2000년대에 살던 주인공이 우연히 차를 얻어타고가다 내렸더니 그곳이 1900년대 초 파리였던것처럼

제게도 영화가 현실이 된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 다음은 모토분입니다. 귀엽고 앙증맞은 마을이에요.

천천히 다 돌아봐도 30분도 안걸리는 작은 곳인데 광장에서 이어지는 골목골목을 거닐다보면 동화속 일곱난장이가 나타나 손 흔들며 지날거 같은,

아기자기하게 순수한 느낌을 풍기는 도시입니다.

제가 입이 짧아 이것저것 가리는게 많은, 식도락 여행에 부적합한 사람인데 이곳에서 주신 송로버섯 파스타랑 꾸덕꾸덕한 초코타르트는

맛있게 먹었어요.(아.. 초코타르트 또 먹고 싶네요)

 

 

여행가기전에 가장 기대한곳은 플리트비체였어요. 그래서 가기전에 검색도 젤 많이 해봤었는데..

흠.. 너무 많은 사진을 보고 간 탓인지 실제로 봤을땐 감동이 덜 하더라구요. 그래도 아름답고 신비한 곳이에요.

상부는 초록이 가득한 풀과 숲, 작은 호수 그리고 폭포가 어우러져 영화 아바타 속 그 그림이었어요.

여행지가 건조한 기후라 여행내내 비염에 시달렸는데 이곳에서 코가 촉촉해져 뻥 뚫리는 소소한 기쁨도 맛봤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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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부의 큰 호수들의 빛깔은 와.. 말로 형용할 수가 없어요.

호수에 몸을 담궜다 나오면 막 내 죄가 씻겨나갈거 같고..ㅋ 그 아름다움에 비해 참 비루한 표현력이네요.

하부는 관광객이 너무 많아 빨리빨리 이동해야만 하는 상황이 아쉬웠지만 상부에서의 여유로움이 만회해줬어요.

 

 

마지막은 두브로브닉입니다. 두브로브닉을 왜 여행일정의 마지막에 두었는지는 직접 가보시면 알 수 있어요.

여행의 절정이죠. 낮의 두브로브닉은 화려함의 절정이고 밤의 두브로브닉은 낭만의 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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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날 반예비치 내려가는 길목에 서서 노을을 봤는데, 세상에나! 노을이 분홍빛, 보라빛이에요. 상상이 잘 안가잖아요?

그런데 두브로브닉에서는 보라빛 노을이 하얀 건물에 반사되서 도시가 보라빛 장막을 친것같은 마법같은 순간들이 일어나는 곳이에요.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겼어야 했는데 두근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사진으로 못 담은게 아쉽네요.

 

대신 부자까페에서 찍은 사랑스러운 냥이 사진을 투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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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녀석이 의자에 누워서 손님들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길래 일행인척 옆에 슬며시 앉았어요.

배를 간질간질 해보고 콧등도 톡톡 건들여보고 용기내서 말랑말랑한 발바닥 젤리도 꾸~욱 눌러봤는데 그래도 별 미동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맘놓고 여러번 젤리를 눌러보는 호사스러운 기회를 얻었답니다.

두브로브닉은 고양이에게도 그리고 우리들에게도 지상의 낙원임에 틀림이 없어요.

 

 

이외에도 감동의 순간은 더 많습니다. 제가 간 팀이 항공비가 정말 높아 너무 적은 인원이었던 탓에 황토니오님이 수지타산이 안맞을텐데도

(저는 소수정예라 행복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픔을 농담으로 승화시키며 세세한거 하나하나 기억해서 챙겨주고 말 붙여주시는 마음 씀씀이에

매일 미소지을수 있었어요.

 

 

여행 후기 적다보니 엄청 달달하네요. 여행기억을 하나 하나 꺼내먹다가 당 충전이 필요해지면 그때 또 방문할게요.

마지막날 공항가는길에 잊지않고 틀어주신 음악까지 잊지 못할 여행이었어요.

마지막까지 완벽한 여행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이제야 후기로나마 전합니다.

 

황토니오. 정말 완벽한 여행이었어요. 

 

댓글목록

황*니오 작성일

안녕하세요
황토니오 입니다^^-

순간의 장면을 작은 부분까지 예쁘게 담아
이렇게 나누어주시니 저 역시 그날 그 순간에 있는 느낌이 들어요
여행 생각을 하니까
서울에 돌아와 사무실에 시들어 있는 제 얼굴에도 화색이 도는 것 같고 그렇습니다ㅎㅎ-

그 날 그 여행을 함께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저희가 다른 결정을 했더라면 참 많이 아쉬웠을 것이고
소중한 기억과 좋은 여행자분들을 만나보지 못했을 것 같아서요
감사한 일들 뿐이네요^^-

이제 일상으로 돌아와 많이 바쁘실텐데
이렇게 시간내어 소중한 글 남겨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황토니오 드림